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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의 미니어처 같은 정사각형의 속이 빈 구조물. 배우들은 저마다 하나씩 이 구조물을 이고 지고 메고 기대고, 또 위태롭게 서있다. 이 구조물은 공동주택의 자기 영역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각자마다 다양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구속’이 되기도 한다. 공동 주택에 모여 사는 밑바닥 사람들은 ‘양심이란 돈 많고 여유로운 부자들이나 가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이것은 양심, 돈, 여유 등 관객이 생각하는 모든 것이 정답이 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 구조물을 가지고 있지만 딱 한 사람, 구조물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있다. 하숙집 주인인 ‘꼬스띌로프’이다. 소설을 사랑하는 창녀, 알콜중독인 배우, 도둑의 아들인 로맨티스트, 망한 사업가인 노동자. 어두운 지하 공동주택에 모여 사는 밑바닥 인생들의 면면은 이렇게나 아이러니하다. 이들은 희망이 없기 때문에 감옥 같은 구조물을 마치 감옥 안에서 자리싸움을 하듯, 싸우고 부딪히고 서로 부대낀다. 이곳을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서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은 밑바닥을 떠날 수가 없다. 한 줄기 빛이 지하로 스며들 때마다 그 빛을 쬐려고 누가 먼저랄 것없이 달려들어 치열하게 다툰다. 그렇게 삶을 견디고 견디기만 하던 그들의 앞에 순례자‘루까’가 찾아온다. ‘루까’는 하숙집 주인인 ‘꼬스띌로프’의 아내 ‘바실리사’와 함께 유일하게 구조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물이다. 순례자는 밑바닥을 방문하고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좋은 진실의 나라는 없다는 진실’을 견딜 수 없어 목을 맨 청년의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준다. 때로 진실은 잔혹하며, 언제나 진실이 옳은 것은 아니라며 거짓이라도 환상을 가지고 꿈을 꾸며 희망을 가져보라고 한다. 오로지 냉혹한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바실리사. ‘루까’가 ‘희망’이라면 ‘바실리사’는 ‘절망’의 이미지다. 붉은 구두, 붉은 드레스, 붉은 입술을 지녔으나 그녀는 잔인할 만큼 어두운 현실을 말해준다. 그리고 ‘사찐’은 그러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어야 인간이라고 말한다.‘루까’의 주는 거짓일지도 모르는 위로나, 환상일지라도 인간에게는 희망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옳은 것인지, ‘사찐’의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마주하고 실존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답은 없다. 그것은 관객의 몫이다.